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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규칙

kwondroid 권오철 2021. 4. 1. 01:09

전역을 앞두고 대대 전체를 돌며 인사를 하던 중 내가 속해있던 부서의 사무실에서 대대장님을 뵈었다.

전역 이후 나의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고 대대장님의 지인 중 나의 특기를 살려줄 분이 계셔서 그분을 통해 구직 활동을 하였다.

그래서 당분간 쓸 일이 없었던 이력서를 의도치않게 새로이 쓰게 되었다. 그렇게 쓰게 된 이력서를 피드백하고 나만의 이력서 규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새롭게 이력서를 쓰면서 중점을 둔것은 이러했다.

 

  • 개발자로서의 멋이 스며든 이력서

기존 나의 이력서는 정보가 갱신이 안된건 둘째치고 양식이 너무 구렸고 딱딱했다. 그 때문에 개발자로서의 멋도 없었다. 새로운 이력서엔 개발자 특유의 모던한 멋을 들고자 했다.

 

  • 개발자의 모습이 담긴 이력서

여느 신입의 이력서가 그렇듯이 정말 쓸 수 있는것이 없었다. 또한 학력도 고졸이었기에 이력서 통과가 더더욱 힘들었다. 냉정하게 보면 그저 그런 알바를 하기 위한 이력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 해온 일도 있고 다른 프로젝트도 있었기에 경력이 있는 척하고, 또한 개발자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이력서를 쓸 수 있었다.

 

  • 눈을 잡아둘 수 있는 이력서

위의 두가지와 연관이 있는 항목이다. 기존 이력서로 구직 활동을 할 때는 몰랐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이력서는 정말 눈에 안 띄는 이력서였다. 그래서 면접관의 눈을 확 잡아둘 수 있는 이력서를 쓰고자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때의 나는 정말 답답할 정도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힘이 들었다. 음악, 성향, 코딩 등등 한번 취향이 생긴 것은 스타일을 바꾸기를 어려워했다. 

그 때문에 이력서도 '이력서는 무조건 이래야만 해!'라고 생각하며 이 양식을 고수했다. 그 덕분에 이렇게 구린 이력서를 쓸 수 있었다^^

 

고등학교때 쓰던 이력서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새롭게 쓴 나의 이력서는 이렇다. Apple Pages 템플릿을 기반으로 작성했다.

새로운 이력서 page 1
새로운 이력서 page 2
새로운 이력서 page 3

기존 이력서와의 차이점 

  • 이력서에 표가 사라졌다.

표는 수많은 정보들을 쉽게 파악하기 위한 구조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수많은 정보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면 눈을 어지럽히는 표를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인적사항을 최소화 하고 개발자로서의 나의 정보를 노출했다.

기존 이력서엔 생년월일과 출생지 등등 일하는데 하등 쓸데없는 정보들이 가장 먼저 나왔다. 이런 정보들은 과감히 빼고 이름과 github, blog 등의 개발자로서의 모습을 먼저 보였다. 또 간단 소개라는 문단을 만들어 이 정보들로는 파악하기 힘든 '개발자 권오철'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학력을 2페이지 끝으로 밀어냈다. 개발하는데 학력은 그닥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학력에 따라 개발 실력이 나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렇다고 하기엔 내 주변 지인들 중 학력과 개발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기에 난 그 의견에 마냥 찬성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학력으로 월급이나 책임에 차등이 주어지는 조직이라면 그것만큼 적폐 조직인걸 인정하는꼴이다. 특히 SI 쪽이 이런 게 만연해있다. 정부사업 투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별 관심 없다. 돈의 주체가 회사든, 국가든 학력으로 차별하는 건 적폐라는 건 변함없기 때문이다.

깃허브만 보고 구인 연락이 오는 시대에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차별인가. (내 깃허브는 볼 거 없는 건 비밀~ 하하하하하하ㅏ하하하핳ㅎ)

그렇기에 학력은 중요치 않다고 판단, 이력서의 뒤편으로 밀어냈다.

  • 자격증, 학교 활동, 수상 내역을 과감히 들어냈다.

신입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렇기에 바로 직전의 소속이었던 조직(ex 학교)에서의 일을 긍정적으로 쓰는 게 신입의 이력서 작성 요령이다. 기존 이력서(& 자기소개서)도 이렇게 썼다. 하지만 '신입한테 뭘 바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나 신입이요!! 나 신입이란 말이요!!!'라고 강조할 필요 없다. 

그렇다고 이 이력서가 경력자의 이력서처럼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내가 용을 써도 2021년 3월의 나는 신입이라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괜히 경력자처럼 뻥튀기됐다가 나중에 입사해서 내 바닥을 드러내면 그것도 그림이 좋지가 않다. (뻥튀기될 일도 없지만...ㅠ)

  • 프로젝트와 경력 부분을 추가했다.

많은 기록들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보다 많은 것을 한 것은 사실이고 그 때문에 명시하였다. 또한 경력과 프로젝트 이력은 있으면 있을수록 좋지 않은가

  • 기억나는 경험 부분을 추가했다.

이 둘은 1페이지에 있던 스킬과 경력을 설명하고 혹여나 스킬, 경력 부분에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 핫한 키워드와 연결을 하여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때문에 나는 최근 뜨고있는 TDD, JWT같은 단어와 연관지어 작성하였다. 

  • 인간 권오철 부분을 추가했다.

이 부분은 쓰면서도 정말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이 항목들은 각각 '성장과정, 특기, 입사 포부'에 대응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력서에 쓸거 없는 애처로운 신입이지만 이걸 쓰는 순간 난 그저 그런 신입이 되고, 그저 그런 이력서를 작성하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자 이력서에 있어야 하는 내용인지 확신이 안서기도 했다. 이부분은 아직까지도 뭐가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 변화들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기존의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하였다고 자평한다.

각각의 항목들을 쓸 때 염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 스킬

스킬은 내가 제대로 할 줄 알고, 부족한 영역이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스킬을 써야 한다. 

난 서버 구성을 할 때 NginX를 쓴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내용들만 찾아서 설정을 한다. NginX 안의 세부적인 움직임이나 기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할 자신이 없다. 이런 걸 이력서에 쓰고 면접관이 파고들면 감당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난 NginX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스킬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난 css(scss)를 다루지만 반응형에 대한 역량은 없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역량도 퍼블리셔에 비교하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부족하고 스킬 목록에 포함시켰다. 해당 기술에 대해 약점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것을 개선함에 있어 수치를 명시하는 것

TDD를 도입함으로 버그 양산을 줄이고 쿼리 빌더를 이용하여 생산성을 높였다. 그건 알겠는데 얼마만큼 버그를 줄이고 생산성을 얼마나 높였어요?라고 질문하면 자신 있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분명 그 용이성은 엄청나게 체감했지만 비교 대상이 없었기에 정확한 수치를 뽑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내용들에 대해 정확한 수치는 명시하지 못했지만 만약 비교대상이 있거나 정확한 수치를 명시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꼭 쓰길 권장한다.

'조금, 많이, 대부분, 거의'등의 표현은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른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어떤 것을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다. 물론 시어머니랑 김치나 전을 만들 때 '조금만'이라고 표현하면 마법같이 요리가 되긴 하지만 이처럼 마법같이 알아듣는 사람이 절대다수일 수는 없다.

  • 이력서를 읽는 대상은 누구인가?

내 이력서를 보면 전문 용어들이 상당히 많다. 이는 이력서를 읽는 면접관이 개발직군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임원들이 면접을 본다면 거기에 맞게 이력서를 바꿔야 한다. 읽히지 않는 글을 읽는 인내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다르다.

제발 자기소개서에 이력서를 풀어쓰는 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뭣하러 이력서를 두 개를 내는 것인가

'저는 몇 년 경기도 광명에서 화목한 두 가정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언제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언제 중학교 졸업을 했고...' 이력서와 다른 게 무엇인가? 

성장과정은 내가 태어난 이후의 일련의 과정이 아닌 '본인이 그 직무에 지원하기까지의 인생 과정'을 서술하는 것이다. 

 

지원 동기는 '돈 벌고 싶어요'가 아닌 내가 그 직무를 하고 싶은 이유를 쓰는 것이다.

'나는 삼성 다니고 싶어'라는 말속에 과연 '난 돈 많은 백수보다는 삼성 다니는 직장인이 좋아.'라는 뜻이 있을까? 아니다. '난 회사를 다녀야 한다면 삼성에 다니고 싶어'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원 동기를 쓸 때 '돈 벌고 싶어요'를 쓸 수는 없다. 내가 자기소개서를 쓸 때 기계적으로 지키는 신념 중 하나가 '팩트만 쓰자'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돈을 벌고 싶다 라는 생각을 숨기고 내가 이 회사에서 이것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팩트에 기반해' 써야 한다. 

예를 들면 '이 회사에서 개발을 함으로써 개발자로서 발전을 하고 나의 개발 영역을 좀 더 넓혀가고 싶다.' 같은 팩트에 기반한 이유를 쓸 수 있다.

 

'저는'이라는 단어는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거의 필요가 없다.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다. 즉 '저는' 단어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단어를 안 써도 자신을 설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법적으로 넣지 않으면 어색한 문장이 오면 과감하게 쓰되 그런 게 아니라면 목숨을 걸고 지양하는 것이 글이 편해진다.

 

글을 잘 쓰는 법 

  • 책을 읽고 글을 쓰자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읽어야 한다. 내가 글을 엄청 잘 쓰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글을 엄청 못쓰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이 정도 글을 쓸 수 있는 건 책을 많이 읽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편독을 안 하면 좋겠지만 편독을 해도 상관은 없다. 컴퓨터 책, 전공책, 인문학, 역사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으며 심지어 야설을 읽어도 글 쓰는 실력은 늘어난다. 그만큼 다양한 문장을 읽기 때문이다.

 

또한 글을 많이 써봐야 한다. 유시민 선생님이 글을 정말 끝장나게 잘 쓴다. 항소 이유서를 읽어보면 그 어린 나이에 지우개 없이 한큐에 그 정도의 명문(名文)을 뽑아낸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하지만 이런 유시민 선생님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글 쓰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 신념의 존재

아무리 글 쓰기 능력이 좋아도 그 안에 자신의 명확한 신념이 없으면 쓰레기 글밖에 안된다.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비로소 영양가 있는 글이 되고 어떤 누군가가 글의 내용으로 태클을 걸지언정 글을 못쓴다고 태클을 걸진 않는다.

즉 글 속에 자신의 신념이 있어야만 한다.


여기까지가 나의 이력서를 쓰는 법이었다. 내 글이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디 가서 '무식한 사람' 소리는 듣지는 않을 것이다. 3~4월은 이직 시즌이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입사해서 편안히 다니길 기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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